국립서울현충원 봉안식을 가다 순국선열·애국지사 등 유공자 안치 2006년부터 봉안시설 충혼당 운영 평일 오후 3시에 고인 모시는 예식 헌화·분향, 의장대 발포 등 이어져 정복 입은 병사들이 위패 들고 봉송 안치단에 유골함 두면 봉안 마무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평소 잊고 지냈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기억해보면 어떨까. 누구나 국립서울현충원 봉안식에 참관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유공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다. 또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공간을 찾아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도 이달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다.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 새겨진 글귀다. 현충원 하면 잔디밭 위에 조성된 묘역이 먼저 떠오르지만 일반 묘역이 모두 차면서 현재는 봉안당인 ‘충혼당’에 호국영령이 안치된다. 평일 오후 3시에 유골함을 충혼당에 안치하는 예식인 봉안식이 열린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묘를 좌우에 두고 있는 충혼당 건물 옆 봉안식장에서는 식을 앞두고 경건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00석 규모의 좌석을 유족들이 빼곡히 채웠고 단상에는 오늘 충혼당에 안치되는 10명의 위패와 유골함, 영정 사진이 자리했다. 영정 사진이 없는 이부터 군복을 입고 찍은 흑백사진, 최근에 찍은 듯한 사진까지 있어 고인의 사망 시기가 다양함을 추측하게 했다.
“금일 봉안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오후 3시가 되자 사회자가 개식을 알렸다. 사회자는 고인의 이름과 안장 경위를 소개했다. 한국전쟁 참전 대위, 베트남전 참전 용사, 퇴역 준장 등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던 이들이다. 다음 순서로 유족 대표의 헌화·분향이 진행됐다. 유족 대표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영현소대 장병이 건네준 흰 국화를 헌화하고 분향했다. 삼일장을 막 치른 뒤 상복을 입고 온 유족도 있었고, 오래전 사망한 흑백사진 속 할아버지에게 작별을 고하는 젊은이도 있었다.
“탕, 탕, 탕.”
분향이 끝나고 봉안식장 밖에서 현충원의장대 병사 3명이 동시에 3발씩 조총 9발을 발포했다. 국가보훈처 소속인 국립대전현충원과 달리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 관할이기 때문에 조총 행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유족 전체 묵념으로 봉안식이 마무리됐다. 봉안식장에서 만난 전병호씨(65·서울 강북구)는 한국전쟁에 대위로 참전한 지인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러 왔다. 전씨는 “30년 전 돌아가신 고인을 천주교 묘역에 매장했다가 후손들이 좀더 자주 찾아뵙고 고인의 명예를 높일 수 있는 현충원으로 이장하게 됐다”며 “시간이 지났음에도 대우받으며 모실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베트남전 참전 후 고엽제 후유증을 앓은 작은형을 충혼당에 안치했다. 그는 “아버지는 국가유공자로, 큰형은 순직 경찰로 국립대전현충원에 계신다”며 “현충원에 올 때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식이 끝나면 영현소대 병사들이 위패와 유골함을 모시고 충혼당까지 영현 봉송을 한다. 정복을 갖춰 입고 절도 있는 발걸음으로 봉송에 나선 병사들의 모습에서 영현에 대한 국가의 최고 예우를 느낄 수 있다. 충혼당에 들어와 유골함을 안치단에 두면 봉안 절차가 마무리된다.
충혼당은 긴 대리석 복도 옆으로 안치단이 차례로 세워진 형태다. 안치단에는 무궁화 바탕에 태극 문양이 그려진 도자기 유골함과 명패가 자리 한다. 부부가 함께 안치되면 안치 대상자 유골함 뒤에 배우자가 놓인다. 명패는 고인과 배우자의 이름·공적·수훈 등을 보여준다. 무수한 헌신의 시간을 단 몇 글자로 모두 표현할 순 없지만, 글로나마 후손들에게 길이 기억될 것이다. 일반 봉안당과 달리 안치단 안을 꾸밀 수는 없으나 외부 유리 틀에 규격 조화는 붙일 수 있다. 유족이 정성스레 마련한 알록달록한 종이꽃이 그리움과 사랑의 꽃밭을 충혼당에 만들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한국전쟁 전사자를 안치하기 위한 국립묘지로 1954년 착공해 1956년 완공됐다. 처음에는 묘역 안장을 했지만 2006년부터 봉안시설인 충혼당을 운영하고 있다. 제1충혼당에는 영현 2만4740위가 모셔져 있고, 지난해에 지어진 제2충혼당에는 3만2952위를 안치할 수 있다. 안장 대상은 순국선열·애국지사, 순직 군인·경찰·소방공무원, 20년 이상 복무한 퇴역 군인 등이다.
김성근 안장팀장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충혼당을 건립하기 전에는 일반 묘역이 가득차 안장 대상자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가야 했다”며 “바뀐 장례문화에 맞춰 봉안당에 고인을 모실 수 있어 유족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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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영현소대가 봉안식장에서 충혼당까지 영현을 봉송하고 있다. 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봉안식에서 유족 대표가 단상으로 나와 고인에게 절을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위). 충혼당 안치단에 부착된 조화가 고인에 대한 유족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