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TA 직불금 대상 달랑 ‘생강’만
입력 : 2023-05-12 14:27
수정 : 2023-05-17 09:59
발동 요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원품목 수년째 0∼3개 불과
피해보전금액 너무 적어 문제
전문가 “새로운 제도 마련해야”
이미지투데이

올해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금(이하 FTA 직불금) 지원 대상에 생강 한품목만 선정되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FTA 직불제는 FTA 체결에 따른 농산물 수입 증가로 국내산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가격 하락분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2004년 4월 한·칠레 FTA가 발효될 때 함께 도입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23년도 FTA 직불금 지원 대상 품목 선정 고시안’ 행정예고를 통해 생강 한품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가 수입 피해 모니터링 대상 42개 품목과 농민 등이 신청한 51개 품목 등 모두 93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도 그렇듯 최근 몇년간 FTA 직불금 지원 대상 품목을 살펴보면 그 수가 극히 적다. 2019년 2개(귀리·목이버섯), 2020년 3개(돼지고기·녹두·밤), 2021년 1개(귀리) 품목에 이어 지난해는 아예 선정된 품목이 없었다. 그에 반해 FTA 체결국에서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규모는 커지고 있다. 농경연에 따르면 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입량은 2020년 3935만7000t에서 지난해 4101만7000t으로 늘었다. FTA 체결로 국내 농가의 피해는 커지는 반면 보상체계는 미미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농업계에선 FTA 직불금의 까다로운 발동 요건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FTA 직불제가 발동하려면 ▲해당 품목 전체 수입량이 평년치보다 많을 것 ▲FTA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평년치에 수입피해발동계수를 곱한 양보다 많을 것 ▲국내산 가격이 평년치의 90%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런 보수적인 조건 때문에 FTA 직불제가 제대로 발동하지 않으면서 관련 예산 집행률은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사육규모가 큰 돼지가 지원 품목에 선정돼 집행률 100%를 달성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2017∼2022년 예산 집행률은 0∼5%에 불과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예산 집행률 역시 5.5%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저조한 집행률은 예산 삭감을 불러왔다. 2017∼2018년엔 1005억원에 달했던 FTA 직불금 예산현액은 2020년 630억원, 2021년 20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18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농가가 손에 쥐는 FTA 직불금이 너무 적다는 것 역시 늘 도마 위에 오르는 문제다. 

FTA 직불금은 기준가격(평년치의 90%)에서 해당 연도 평균 가격을 뺀 금액의 95%를 기초로 한다. 문제는 여기에다 수입기여도를 반영해 직불금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FTA 체결로 인한 생강 수입량 증가가 국산 가격 하락에 미친 영향(수입기여도)을 4%로 분석했다. 국산 생강값을 떨어뜨린 원인의 4%는 FTA, 나머지 96%는 국내 공급·수요 변화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초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직불금 산출방식에 수입기여도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 1월 농식품부가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 의결을 통해 수입기여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수입기여도가 반영되면서 직불금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3년 한우·송아지 농가에 총 253억원의 FTA 직불금을 지원했지만, 수입기여도를 반영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한 지원액은 166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생강의 수입기여도 4%를 반영한 FTA 직불금은 1㎏당 29원에 불과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TA 직불제는 2025년이 지나면 일몰을 맞는다. 2025년 FTA로 피해를 본 품목까지 지원한 후 제도가 종료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농업계에선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거쳐 일몰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추가적인 FTA 체결에 대비해 발동 요건 등 제도 개선이나 연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한쪽에선 실효성 없는 제도를 유지하기보다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FTA 직불제는 FTA 체결로 수입량이 늘어난 농산물이 다른 국산 품목 수요를 대체하는 간접 피해를 반영하지 않는 등 농가의 현실적인 피해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하는 제도”라며 “FTA 직불제 예산을 비롯한 FTA이행지원기금을 활용해 주요 농산물의 가격과 농가 경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농민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은 “FTA 직불제는 시장 개방 초기 충격에 대비해 만든 긴급 대책으로, 몇차례 제도를 개선했는데도 여전히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그보다는 농산물 가격이 기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차액의 85%를 보전해주는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 같은 장치를 마련해 농가들이 수입 농산물 등으로 인한 수급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전념해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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