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농가에 ‘단비’ 충북형 도시농부 ‘호평’
입력 : 2023-04-27 14:19
수정 : 2023-04-27 14:19
진천 이월면 현장 가보니
도, 전국 최초 사업 시행
농촌지역 인력문제 해결
모집 인원 3000명 넘어
연간 6만명 현장에 공급
급여 좋고 보험까지 지원
도시민도 농민도 대만족
충북 진천군 이월면 신월리 육묘장에서 도시농부에 참여한 유인순(왼쪽부터)·한숙씨가 기계에 볍씨를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이준희 이월농협 조합장(맨 오른쪽)이 벼농가 채만병씨와 도시농부 운영 방향을 의논하고 있다.

“도시농부 덕분에 사람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어 올해는 일할 맛이 납니다.”

20일 이른 아침, 충북 진천군 이월면 신월리 육묘장에서 만난 벼농가 채만병씨(68)는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업체에 요청했던 인력이 갑자기 취소돼 애를 태웠던 채씨는 “영농철에 사람을 못 구하면 전체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기는데 진천군 도시농부중개센터가 인력을 공급해줘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청주에서 온 도시농부 5명은 모판 작업에 투입됐다. 오전 7시 육묘장에 도착한 이들은 장갑과 앞치마를 착용한 후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5일째 도시농부에 참여한 유인순씨(67·서원구 개신동)는 “우리같이 나이가 있는 사람은 도시에서 마땅한 일자리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하루 4시간 일하고 급여도 최저임금보다 더 받아 기회가 되면 매일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볍씨를 기계에 넣는 작업을 하는 한숙씨(62·성화동)도 “도시농부 덕분에 어렸을 적 해본 농사일도 다시 해보고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니 활력이 솟는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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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한달여가 지난 충북형 도시농부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영농 현장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도시농부는 그동안 외국 인력에 의존해온 영농 현장에 도시 유휴인력을 연결, 도시민 고용 확대와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도농상생형 일자리 사업이다.

도시농부는 만 20세부터 75세 이하의 청년·은퇴자·주부 등 비농업인을 대상으로 한다. 참가자는 먼저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작업 안전관리와 작물 재배 기초 등 이틀 동안 16시간의 필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온라인으로 20시간 교육을 받아도 된다. 수료자에게는 도시농부증이 발급된다.

도와 11개 시·군은 도시농부 사업을 위해 사업비 26억5500만원을 확보했으며 연간 6만명을 농촌 현장에 보낼 계획이다. 20일 기준 모집 인원은 3078명으로 애초 목표인 2000명을 훌쩍 넘었다.

인건비는 4시간 기준 1인당 6만원이며 40%를 도와 시·군이 부담한다. 작업 중 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도 가입해준다. 교통비는 출퇴근 거리가 왕복 30㎞ 미만이면 5000원, 그 이상일 경우 1만원이 지급된다. 시·군 경계를 넘을 경우 식비와 일당도 추가된다.

진천군에서는 이월농협(조합장 이준희)이 도시농부중개센터를 운영하며 군 전역으로 인력을 공급한다. 농가가 일손이 필요한 시점 일주일 전에 신청하면 이월농협이 도시농부를 확보해 농가와 연결해준다. 원활한 센터 운영을 위해 전담 직원까지 채용했다.

이준희 조합장은 “한번 도시농부를 이용해본 농가는 계속 인력을 공급해달라고 아우성”이라며 “여러 날 함께 일한 도시농부는 숙련도까지 높아 인기가 좋다”고 밝혔다.

농가는 도시농부의 최대 장점으로 유연하고 편리한 인력 공급을 꼽았다. 일이 몰리는 시기에 인력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인력중개센터를 통하니 인력 확보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인근 이월면 삼용리에서 4㏊ 규모로 시설농사를 짓는 김회관씨(66)는 “지금과 같이 일이 몰릴 때 하루 4시간 집중 투입하니 인력 수급에 숨통이 트이고, 믿음직한 농협이 일을 처리하니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는 원활한 도시농부 공급을 위해 도시지역 인력을 농촌으로 보내는 중개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상영 도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노동력이 풍부한 도시와 일손이 부족한 농촌지역을 적극적으로 이어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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