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쌀시장을 강타한 논란거리는 쌀 공급이다. 남는 쌀 의무매입 조건을 두고 정쟁이 일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정부의 쌀 적정생산 대책 모두 쌀 공급과잉 문제에 초점을 뒀다. 그러는 사이 쌀 수요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우리 국민 한명이 1년간 소비하는 쌀은 한가마(80㎏)에 크게 못미치는 56.7㎏. 하루로 치면 밥 한공기 반만 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쌀 20만t가량이 초과 생산된다. 적정량의 쌀을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소비 확대가 절실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쌀 소비촉진 방안을 살펴본다.
◆세분화된 쌀 소비시장 맞춤형 공략=예전처럼 국민 누구나 한마음으로 ‘밥심’을 외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쌀을 먹게 하려면 다양한 양상을 띠는 쌀 소비시장을 세분화하고 맞춤형 소비촉진 정책을 펼쳐야 할 때다. 정부 역시 이같은 전략을 구상한다.
우선 중장년층에 비해 쌀을 멀리하는 청년과 어린이를 타깃으로 정책을 펼친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정책이 ‘천원의 아침밥’사업이다. 최근 식비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이 사업은 2017년 쌀 소비촉진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3월 올해 사업예산을 두배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사업을 모든 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식습관 형성 교육이 중요한 어린이를 위해선 초등학생 교과과정과 연계한 곡물체험학교, 쌀 정보를 제공하고 쌀요리 만들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쌀 체험관 ‘식량정보센터’를 어린이 직업체험관 ‘키자니아’ 안에서 운영한다.
김보람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장은 “천원의 아침밥은 대학과 함께 사업에 참여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위해 추가 모집기한을 14일에서 28일로 연장했고, 20일 기준 기존 신청 대학을 포함해 136개 대학이 신청했다”며 “천원의 아침밥사업은 쌀 소비 확대뿐 아니라 학생들의 아침밥 먹는 습관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점차 증가하는 1∼2인 가구의 기호에 맞춰 5㎏ 이하 소포장 쌀 유통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주력한다. 이와 관련해 ‘마켓컬리’ 등 온라인 시장과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연계해 갓 도정한 쌀을 2주 간격으로 정기배송하는 구독 서비스, RPC와 편의점간 업무협약을 통한 편의점 내 소포장 쌀 매대 확충과 판촉행사 등을 추진한다.
◆쌀·쌀가공식품 고급화·다양화=소비자의 입맛 변화에 발맞춰 더 고급스럽고 다채로운 쌀·쌀가공식품을 육성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수량성보다 밥맛이 좋은 고품질 쌀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생산을 확대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박재현 밥소믈리에는 “예전에 밥알이 크고 수량성이 높은 품종이 인기였다면 요즘은 <골든퀸3호>처럼 찰기와 식감이 좋고 구수한 누룽지향이 나는 향미를 찾는 소비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쌀가공식품은 쌀에 비해 더 큰 소비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내리막길을 걷는 반면 연간 가공용 쌀 소비량(주정 제외)은 2020년 49만2000t, 2021년 52만7000t, 2022년 57만t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