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생산과잉 놓고 논쟁뿐 전통주·고향기부제 답례품 등 다양한 쌀 활용대책 논의 시급
쌀시장이 흉흉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폐기된 후에도 관련 논쟁은 계속되는 데다 쌀값은 약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쌀을 둘러싼 정쟁과 쌀 생산 감축을 넘어 실질적인 소비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포대에 4만4412원으로 열흘 전보다 0.4%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3.6%, 수확기 평균 쌀값보다는 2.3%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시장격리 등을 통해 올해 시중에 유통될 쌀이 20만t가량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쌀이 모자라면 진즉 가격이 올랐어야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약보합세가 지속됐다.
쌀 유통시장에선 이같은 현상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로 쌀 소비 부진을 꼽는다. 통계청은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를 통해 가구부문의 1인당 쌀 소비량이 2021년 56.9㎏에서 지난해 56.7㎏으로 200g(0.4%)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 수치를 두고 현실적인 감소량보다 낮게 집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농업전망 2023’을 통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을 통계청 수치보다 1.1㎏ 적은 55.6㎏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쌀시장이 소비 부진 문제를 고질병처럼 앓고 있지만 쌀 생산과잉에 관한 정쟁만 과열될 뿐 쌀 소비 확대 방안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그러다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천원의 아침밥’사업, ‘밥 한공기 다 비우기 운동’ 등이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면서 차츰 쌀 소비 논의가 이는 분위기다.
거론되는 쌀 소비 확대 방안은 다양하다. 일례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최근 ‘경기도 쌀 소비촉진을 위한 전통주산업 관계자 간담회’를 열고 전통주산업 발전을 통한 쌀 소비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선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전통주 주세 감면 혜택 범위 확대 ▲전통주 판로 확대 및 마케팅 지원 ▲경기미 사용 확대를 위한 차액 지원 등을 통한 전통주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분석에 따르면 전통 증류식 소주가 희석식 소주시장의 10%만 대체해도 쌀 3만6000t을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를 쌀 소비 확대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 부산·울산·경남협의회는 최근 열린 정기총회에서 쌀 소비 확대를 위해 고향기부제 답례품 등 판매망 다각화에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현재 고향기부제 누리집 ‘고향사랑e음’에 등록된 답례품에서 쌀에 비해 쌀 가공식품 비중이 적은 만큼 다양한 쌀 제품을 활용해 쌀 소비촉진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밖에도 쌀 소비촉진 관련 예산 확대, 취약계층에 쌀 지원 확대 등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쌀 소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