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창문 꽁꽁 닫고 살아 … 폐질환 등 신체적 고통까지”
입력 : 2023-10-05 14:51
수정 : 2023-10-05 14:51
파일공장서 분진·소음 … 충남 서산시 고북면 주민들, 피해 호소
작업·야적 과정서 먼지비산
폐수 나와 인근 하천 오염도
소나무 죽고 작물생육 이상
“스트레스 탓 약까지 복용”

“시멘트 분진 때문에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 없는 집에 사는 주민들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심지어 악취·폐수까지 주민들 생활에 큰 피해를 주고 있어요.”

17일 찾은 충남 서산시 고북면 신상1리 일원. 약 40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 주민들은 극도로 예민했다. 일부 주민은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인근에 있는 ㈜동진파일 공장에서 발생하는 시멘트 분진과 소음 등 각종 공해에 5년 넘게 시달리고 있어서다.

동진파일은 PHC 파일(고강도 콘크리트 파일)을 생산하는 업체로, 2001년 경기 용인에서 이곳으로 생산부문을 이전했다. 작업 공정과 제품을 야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멘트 분진과 진동·소음 등이 마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공장과 제품 야적장에서 나오는 폐수가 인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공장 인근에 새로 조성하고 있는 파일 야적장 공사장에서도 비산먼지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산시는 2017년부터 동진파일에서 발생하는 폐수·대기 등에 대해 환경관계법에 따라 지도·점검을 한 결과 경고 및 과태료 3회, 조업정지 1회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3월13일에는 공장 내 차량 세륜기 운영 미흡과 진입 도로 비산먼지 발생으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파일 야적장 신규 조성 공사의 경우 비산먼지 억제시설이 미흡해 개선명령을 내렸다.

마을 주민들이 보는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장이 이전한 이후 마을에 많았던 소나무가 거의 다 고사하는 등 작물 생육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공장에서 지하수를 사용해 인근 농경지에 농업용수가 부족해졌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또한 적지 않은 주민들이 폐질환 등을 앓는 등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신상1리 부녀회장인 이미경씨(57)는 “바람이라도 불면 공장에서 마을로 분진이 그대로 날아든다”며 “창문도 열어놓지 못하고 빨래도 밖에 못 넌다”고 한탄했다. 한 주민은 “자동차를 세워놓으면 하루만 지나도 지붕에 시커먼 분진이 쌓이고, 비닐하우스 지붕에도 분진이 쉽게 쌓여 햇빛 투과에도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주민은 “비라도 오는 날이면 공장에서 양잿물 냄새 비슷한 악취가 마을로 날아온다”며 “파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첨가하는 화학약품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파일을 실은 대형 트럭이 마을 안길로 하루에도 수십대가 지나다녀 주민들이 사고를 당할 위험도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마을에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이런 사고 위험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공장과 마을은 가까운 곳이 50m, 평균 300m 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은 이런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피해는 신상1리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신상3리, 남정1·3리, 용암1리 등 인근 마을 주민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 5개 마을에는 총 250여가구가 있다.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공장과 큰 마찰 없이 지냈지만, 5년 전쯤 공장이 파일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분진과 소음·진동이 매우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주민 오병설씨(67)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등 재산권까지 침해받고 있다”며 “여러 피해에 시달리던 주민 일부가 마을을 떠나려고 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 바로 옆에 각종 오염을 일으키는 파일 공장이 버젓이 있는 사실을 숨기고 집을 팔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하소연했다.

참다못한 5개 마을 주민은 최근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오병길)를 구성하고 공장 측에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시에도 진정서를 보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병길 위원장은 “우리 마을은 고북면에서도 경치 좋고 아름답기로 유명했는데 파일 공장 때문에 마을이 심하게 망가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시가 적극 나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는 “소음·진동, 비산먼지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측정한 결과 배출허용기준치 이내로 판명됐지만, 지속적인 지도·점검을 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산=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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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길 충남 서산시 고북면 5개 마을 피해대책위원장(오른쪽) 등 주민들이 마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동진파일 공장을 가리키고 있다.
고강도 콘크리트 파일을 실은 트레일러가 ㈜동진파일 정문을 나와 마을 길을 운행하고 있다. 대형 트럭이 하루에도 수십번 지나다녀 위험하다는 게 주민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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