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가 농어촌 산골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얼었던 땅이 갈라지는 소리, 막혔던 자작나무 혈관 뚫리는 소리, 손꼽아 기다렸던 꽃망울 터지는 소리, 깊은 계곡 얼음장 깨지는 소리, 냇가에 고였던 물 흘러내리는 소리, 알 낳을 둥지를 찾아 헤매는 새소리, 자연은 온통 소리의 화음으로 봄날 공간을 가득 메운다.
늦은 저녁 고라니가 우는 소리마저 감상적으로 들리는 봄날의 소리는 그동안 애태우며 기다렸던 시간만큼 정겹게 다가온다. 소리가 어찌 봄날 농촌 산골의 소리만 있겠는가? 계절과 장소와 상관없이 소리는 우리 삶과 늘 가까이 있었다. 학동들의 글 읽는 소리, 아낙들의 베 짜는 소리,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 고장과 나라는 희망과 미래가 있는 곳이었다. 동네 골목에서는 아이들 노는 소리와 엄마들이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만나고, 슈퍼에서는 어른들이 모여 한담하는 소리가 일상의 소리였다. 기차에서는 놀러 가는 사람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옆에 앉은 승객들은 반주에 맞춰 손뼉을 쳤다.
동네 어느 집에서 굿이라도 하면 악사들은 엇박자로 무당과 사람들의 흥을 돋웠고, 환갑잔치가 벌어지는 집에는 동네 모든 소리가 모여들었다. 거지의 품바 타령 소리, 소리꾼의 흥겨운 민요 소리, 아낙들의 음식 만들며 맞장구치는 웃음소리, 잔치 음식에 기웃거리는 개 쫓아내는 할아버지의 가래 섞인 소리까지 세상의 모든 소리가 모여 잔치에 참여했다. 그곳에는 누구도 그 소리를 듣고 소음 공해 유발이라는 이름으로 고발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소리를 살아가는 몸짓으로 이해했고, 삶의 동반자로 인식했다.
지금 시대에 소리는 소음이 되고 공해가 되고 감옥이 됐다. 공장의 기계 소리, 비행기 이착륙 소리, 공사장 장비 소리, 밤새 뛰어대는 윗집 아이들의 무례한 소리, 고속 열차 안에서 사적인 전화로 자신의 일상을 억지로 들려주는 소리, 자전거를 타며 음악을 크게 틀고 지나가는 이기적인 소리, 이런 소리에 우리는 이성이 마비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제 소리는 우리에게 공해며, 방해며, 손해로 인식된다. 이런 소리를 우리는 소음이라 부른다. 싸움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참사의 동기가 된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