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 재개됐지만 농가는 ‘막막’ 재고처분 계획·보상안도 없어 정부 보상액 터무니없이 낮아 농민들 “피해액의 반도 안돼” 폐기비용·시세하락분도 주장
“콱! 걸어 잠글 때(출하정지)는 그래 신속하고 강력하더니, 풀어야 할 때가 되니 풀 방법(처분 계획·보상안)도 모르고 속도는 아주 굼벵이가 따로 없습니다!”
미승인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종자 검출로 1주일간 출하정지를 당했던 주키니호박이 3일부터 출하 재개됐다. 하지만 출하정지에 따른 피해보상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보상 수준도 농민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여 농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 쌓여만 가는 호박=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주키니호박 출하허용 확인서’를 발급받은 467농가에 출하 재개를 허용했다. 이들 농가는 그냥 예전처럼 주키니호박을 다시 출하하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출하정지 기간 쌓아뒀던 주키니호박에 대한 처분 계획도, 보상안도 무엇 하나 명확히 나온 게 없어서다.
5∼6일 경남 의령·진주와 충남 논산 등 주키니호박 주산지 농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의령지역의 농가 오재우씨는 “하우스 내 작업공간에만 1000상자가 훨씬 넘게 쌓여 있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400여상자는 급하게 인근 다른 저장시설로 옮겼다”며 “정부가 보상안을 빨리 내놓지 않아 농가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농가 정현락씨는 “뭐가 됐든 제발 빨리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작업할 공간도 없는 데다 물량도 너무 많아 한꺼번에 출하할 수도 없고, 무리해서 출하해봐야 홍수출하를 유발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보상안 현실 반영해 마련해야= 충남 논산의 주키니농가 이주희씨(63·광석면)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피해 보상 관련 논의를 보면 정부가 생각하는 보상금액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며 “정부와 종자업체의 잘못으로 농민들이 출하정지라는 날벼락 같은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보상금액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4일 경남 고성·진주·의령과 충남 논산 등 주키니호박 주산지 농협과 농민 대표는 충북 오송컨퍼런스센터에서 농식품부 관계자와 만나 피해보상에 대한 긴급 협의를 했는데, 보상금액을 놓고 입장차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과 농민 대표들은 1주일간 주키니호박을 출하하지 못하고 폐기한 데 대해 300평(10a)당 150만원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닐하우스 한동(661㎡·200평 기준)당 하루 평균 10㎏들이 10상자(1주일 70상자)를 수확하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 여기에 운송료와 도매시장 수수료·하역비를 제외한 농가 수취가격을 출하정지 전 1주일 평균 1만4700원으로 산출했다. 이 금액에 70상자를 곱하면 약 100만원이 나오고 992㎡(300평)로 환산하면 150만원이 된다.
경남지역 농가들도 정부가 검토 중인 보상안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한 농가는 “200평이 채 안되는 하우스에서 하루에 10상자도 넘게 수확하고 있는데 그 절반도 안되는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민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보상금액은 최대한 높게 정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농민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너무 높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고려하고 있는 보상금액은 농가 요구금액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