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청 ‘조건부 협의’ 사업추진 농산물 판로 확대 일제히 환영 사업비 조달 부담 가중 걱정도
강원 양양군·속초시 등 설악권 지역사회의 40년 숙원사업이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추진이 마침내 공식화했다. 최근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이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조건부 협의’ 의견을 밝힌 것.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케이블카 착공이 가능해지자 지역농가는 농산물 판매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일제히 반기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선 사업비 조달이 절대 쉽지 않을 것이며 이는 지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농가 “농특산물 판로 확보 기대”=케이블카 하부정류장이 설치되는 양양군 서면 오색2리의 양성규 이장(63)은 “우리 마을엔 200여가구가 있는데 이 중 버섯이나 산채 등을 길러 판매하는 농가가 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케이블카 설치 논의가 수십년째 공전을 거듭한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며 심적인 고통이 컸는데, 이제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지역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인근에서 1.32㏊(4000평) 규모로 산마늘·산채를 재배하는 진선길 오색1리 이장(57)도 “우리 마을도 주민 100여명 중 40%가량이 밭농사를 짓는다”며 “앞으로 케이블카가 생기면 농산물 직매장이 들어서 농특산물 판로가 확대될 테고 농가엔 쏠쏠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면 일대를 담당하는 서광농협(조합장 김영하)도 기대 어린 시선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환영했다. 벌써 정류장 인근에 로컬푸드 판매장을 마련해 농가소득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영하 조합장은 “오색케이블카를 관광자원으로 잘 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력을 총동원해 자연친화적인 ‘명품 케이블카’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주민 “사업비 조달 힘들어”=그러나 사업비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강원도와 양양군 등에 따르면 애초 460억원가량으로 예상했던 사업비는 환경영향평가 보완 작업, 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미 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도가 댈 수 있는 사업비가 최대 2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나머지 800억원은 양양군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군은 2019년부터 적립하던 재정 안정화 기금을 먼저 활용해 모자란 비용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또 케이블카 운영이 시작되면 연간 수익 100억원을 낼 수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일부 주민은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경제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오색2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는 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군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생각하면 사업타당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간에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져 좌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양=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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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2리 마을 곳곳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환영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