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단지 조성 핑계 그린벨트·농지해제 안돼”
입력 : 2023-03-21 05:01
수정 : 2023-03-21 05:01
경실련, 정부계획 철회 요구
지자체장 권한 확대로 인한
난개발·농지훼손 위험 이유
 한농연 “농업계와 소통필요”

농지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대규모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정부 계획에 시민단체와 농업계가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한번 훼손되면 복구할 수 없는 농업진흥지역까지 개발 소용돌이에 휘말려 미래 식량안보와 생태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7일 성명에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를 적극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은 사유재산권까지 엄격하게 제한하며 운영한 그린벨트 제도의 오용이자 선거를 앞둔 선심성 나눠주기식 정책이 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앞서 15일 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국 15개 지역에 총면적 4076만㎡(1200만평) 규모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그린벨트와 농지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강한 규제로 낮은 지가를 유지시켜놓고 국가가 개발이 필요할 때 곶감 빼먹듯 사용하는 것은 그린벨트 제도를 정부가 앞장서 부정하고 오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지방자치단체장의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기존 30만㎡에서 100만㎡로 상향하고, 해제가 불가능한 1·2등급지까지 규제를 풀 수 있도록 한 조치에도 우려를 표했다.

경실련은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지 않고 지자체 권한을 확대하면, 무분별하게 그린벨트가 해제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장이 자신의 임기에 인기영합적 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이 때문에 추진된 난개발을 수없이 지켜봤다”고 했다.

특히 그린벨트 내 농지 감소를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바라봤다. 전체 그린벨트 38만㏊ 가운데 농지가 6만㏊를 차지하는 상황에 산단 조성 등을 명분으로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한다면 국가적으로 더 큰 우려를 낳을 것이란 점에서다. 경실련은 “새로운 단지를 조성하기에 앞서 기존에 농지를 훼손하고 조성했던 산단들이 애초 목적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말 농지면적 감소세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사실상 이를 뒤집는 대규모 산단 조성 방침이 나오자 농업계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상충된 정책 방향 탓에 농촌 현장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지역주민간 마찰마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성명에서 “정부가 지난해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적정 농지면적 확보를 꼽고 농지면적 감소 추세를 완화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으나, 국가첨단산업단지 추진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간 엇갈린 정책 설계는 결국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국가산단 부지 매입과 개발 과정에서 농업계 의견이 적극 반영되도록 지속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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