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액비화에 에너지화까지 기대감 쑥 … 정책 지원 늘려야
# 충남 청양에서 5970㎡(1805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멜론을 재배하는 강석진씨는 지난겨울 난방비 약 1억4000만원을 절감했다. 시설하우스 인근에 위치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칠성바이오에너지가 가축분뇨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때 버려지는 폐열을 농장으로 공급해준 덕분이다. 이에 강씨는 면세등유 가격 급등으로 커진 난방비 부담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는 “멜론은 15∼18℃의 높은 온도가 필요한 고온성 작물인데 폐열로 시설하우스 난방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 생육 속도가 빠르고 작물 상태도 좋다”고 자랑했다.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가축분뇨를 활용해 축산농가와 지역주민이 상생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보통 퇴비·액비로 처리하는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나 전기 생산에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축분뇨는 최근 바이오가스화 공정을 통해 전기로 생산되거나 고체연료로 제조돼 난방용 보일러 연료 또는 제철소·발전소의 수입 연료탄 대체재로 쓰이고 있다. 탄소저감 효과가 있는 토양개량제의 일종인 ‘바이오차’로 활용되기도 한다.
청양에 들어선 칠성바이오에너지는 지역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로 액비와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하루에 처리하는 가축분뇨량은 총 205t. 가축분뇨를 분해할 때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 이를 지역주민들에게 공급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 총 전력 사용량의 3.2%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인근 시설하우스에 난방용으로 무상 공급한다.
14일 칠성바이오에너지를 찾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곳은 축산과 경종이 상생하는 좋은 본보기”라며 “향후 농촌이 가진 다양한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민의 참여와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축분뇨를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당진에 있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당진자연세계는 연간 1만9500t의 가축분뇨 가운데 576t을 생분해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은 육묘상자·화분·지퍼백 등 농업용·산업용으로 쓴다.
현재 전국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88곳 가운데 가축분뇨를 퇴비·액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이오가스 등으로 에너지화하는 곳은 8곳이다. 농식품부는 가축분뇨의 퇴비·액비화와 에너지화를 위한 시설·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가축분뇨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위한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퇴비·액비 등 비료화 중심으로 처리되는 가축분뇨는 전체의 87.1%(지난해 기준)로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바이오가스 등 에너지화에 쓰이는 가축분뇨는 전체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양=오은정 기자
=CAPTION=
14일 칠성바이오에너지 관계자(맨 왼쪽)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 네번째)에게 가축분뇨를 활용한 시설하우스 난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