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비 이격거리 철폐’ 법 추진 논란
입력 : 2023-03-06 15:57
수정 : 2023-03-06 15:57
농촌지역 반대목소리 외면
정치권 일방적인 법안 발의
“투기세력 난개발 조장 우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태양광 설비의 이격거리를 무력화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양광 설비가 집중되는 농촌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이라는 구실로 이격거리 철폐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최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태양광 설비의 주거지역 이격거리를 철폐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필요한 경우에만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10m의 이격거리를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격거리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태양광 설비 등 위험물이 주택·도로 등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정한 것을 말한다. 태양광 설비의 이격거리가 주거지역 기준 최대 10m라는 것은 주택과 10m 이상 떨어진 곳이면 태양광 설비가 별다른 제약 없이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태양광 설비 이격거리 규제를 철폐한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같은 당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도 태양광·풍력 설비의 이격거리 설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이격거리를 태양광 설비는 주거지역에서 최대 100m, 풍력 설비는 최대 500m로 설정하도록 했다.

농민단체는 이런 법안들이 지자체가 정한 이격거리를 비합리적인 규제로만 바라보면서 현장 목소리는 아예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정한 지자체가 매년 증가하는 배경에는 관심이 없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이격거리를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태양광 설비의 이격거리를 규정한 지자체는 2017년 12월 87곳에서 2019년 9월 118곳, 2022년 11월 129곳으로 늘어났다.

태양광 설비의 주거지역 이격거리를 무작정 줄이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격거리 규제를 시행한 129곳 지자체의 태양광 설비 주거지역 이격거리는 평균 360m다. 그런데 개정 법안은 이를 10m까지 줄였다.

올 1월 산업부가 내놓은 ‘이격거리 가이드라인(표준안)’이 주거지역 이격거리를 최대 100m로 제한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핀 상황에서 한달여 만에 규제를 크게 완화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 2면으로 이어짐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 null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