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모금곳간 … “고향기부제 규제 좀 풉시다”
입력 : 2023-03-03 16:36
수정 : 2023-03-07 14:05
지자체, 정책연구회서 호소

홍보 방법 엄격해 개선해야

지방자치단체에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를 알리고 기부금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제도가 기부금 모금에 따른 과잉경쟁 등 부작용을 우려해 홍보 방법에 크게 제한을 두고 있어서다. 일선 지자체에선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월24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개최한 ‘8차 고향기부제 정책연구회’에서는 이처럼 홍보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향기부제는 재정이 열악한 농촌 지자체 등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부 통로를 연 것으로 올해 1월1일 전격 시행됐다. 갓 시행한 제도인 만큼 홍보와 기부 독려가 필수지만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홍보 방법을 엄격히 제한해 지자체가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향기부금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광고매체로만 기부금을 유치할 수 있다. 개별적인 전화나 서신·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부를 권유해서는 안된다. 가구별 방문이나 향우회·동창회 등의 모임에서 기부 참여를 독려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지자체 실무자들은 오직 광고매체로만 제도를 알리고 모금을 유치하도록 한 법령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출향인 중심으로 고향기부금이 모이지만, 현행법은 향우회·동창회 등에서 기부를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며 “고액 기부를 유치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홍보가 꼭 필요한 현실을 고려해 제도를 손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기초지자체 관계자도 “우리 지역은 연초 유명 연예인이 고향기부제에 동참하면서 주목받았지만 이후 관심이 크게 줄어 현재 모금 실적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라면서 “개별 홍보를 허용하는 개선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기부금 유치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징벌적인 내용만 담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행법은 누구든지 업무·고용 등의 관계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기부·모금을 강요하거나 공무원이 그 직원에게 기부·모금을 강요 또는 적극 권유·독려할 때에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기부·모금을 ‘강요’하거나 ‘적극’ 권유·독려했는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탓에 지자체 담당자들이 홍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강기홍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행정 형벌을 남발하기보다 과실이 있을 때 행정 처분하는 방식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정기부제를 도입해달라는 요청사항도 이어졌다. 현재는 기부자가 온라인 플랫폼 ‘고향사랑e음’을 통해 기부금을 낼 지자체만 선택할 수 있고 특정 사업이나 기부 목적은 지정할 수 없다. B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군 내에서도 특정 읍·면을 정해 본인의 고향에 기부하고 싶어 하는 출향인이 많다”면서 “각각 읍·면 사업을 홍보하고 향우들이 관심을 가져 직접 기부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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