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코앞에 두고 여야간 막판 진통이 극심하다.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제안한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은 수용하기로 한 반면, 국민의힘은 중재안이 본질적으로 ‘민주당안’과 다르지 않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생산조정 제도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당초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의장이 민주당 단독 처리를 우려하며 수정 의견을 전달했고, 민주당은 김 의장 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장 중재안은 시장격리 요건을 민주당안보다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안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하면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은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했다. 반면 중재안은 초과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평년 대비 5∼8% 떨어졌을 때 시장격리가 발동하도록 했다.
시장격리 예외조항도 담겼다. 중재안은 벼 재배면적이 증가해 공급과잉이 우려될 때는 정부가 시장격리에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아울러 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방자치단체에는 시장격리 물량을 감축하는 조치도 취할 수 있게 했다. 시장격리 의무화가 도입되면 농가의 벼 재배 유인을 높여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할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우려를 일부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한 민주당은 이를 반영한 수정안을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24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 처리도 가능하나 27일에 처리하는 건 정부와 여당에 숙고하고 고려할 시간을 주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쌀값 안정은 농민만을 위한 일이 아니며, 식량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에 개정안 처리를 반드시 매듭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이 남아 있는 한 예외조항만으로는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3·5%를 내놨다가 무리라는 것을 알았는지, 이를 3∼5%, 5∼8%로 바꿨지만 (그럼에도) 시장 상황에 맞춰 격리하지 않고 몇퍼센트가 넘는다고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시장 기능이 파괴된다”면서 “우리는 지난 20년간 경작면적, 생산량, 가격 변동을 모두 가지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며, 2월에 억지로 (개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여당은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 시도를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고 해석한다. 이날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양곡관리법 은 농민을 위한 법도, 농업을 위한 법도, 국민을 위한 법도 아니고 단지 민주당이 문재인정권의 농정 실패를 가리고 이재명 대표의 불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여당 반대에도 개정안은 27일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yjmedi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