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농촌 만들려면 경주 감포 청년단체 ‘마카모디’ 특산물 식당 운영 외지인 정착 양평 세월초교 문화예술 특화 ‘부산기장공동육아’ 만족 높아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정부가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에 약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자 ‘인구 대책은 백약이 무효’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농촌은 저출산 기조에 인구 유출까지 더해진 탓에 소멸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2021년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전국 89개 기초단체 가운데 농촌에 해당하는 군 지역은 69곳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2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정책 우수사례집’에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고 인구 유입을 이끌어낸 사례가 담겨 눈길을 끈다. 사례 마을에선 주민 스스로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며 농촌에서의 삶을 개선해가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우선 경북 경주시 감포읍은 ‘청년으로 청년을 낚는’ 전략을 선보여 성과를 냈다. 지역 청년단체 ‘마카모디’를 통해 청년마을을 조성하고 나선 것이다. 감포읍 특산품인 가자미를 매개로, 농촌살기 프로그램 ‘가자미식탁’과 ‘가자미식당’도 진행했다. 마카모디는 ‘모두 모여’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마카모디는 청년들이 지역특산물 요리를 개발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외지인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김미나 마카모디 대표는 “(참가자 가운데) 10명이 경주에 터를 잡았고 마카모디 팀원 8명 가운데 4명도 외지에서 왔다”며 “올해는 ‘가자미여행사’ 프로젝트를 진행해 감포읍의 지역문화를 알리고 관광자원을 여행 상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에 있는 ‘달강마을’은 세월초등학교 활성화 프로젝트로 폐교 위기를 막고 인구 불리기에 성공했다. 15년 전인 2008년, 세월초는 계속되는 마을인구 감소로 학교 문을 닫을 처지에 몰렸다.
이때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에 힘을 모았다. 세월초를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특화한 혁신 학교로 만들고 전입생 유치에 힘썼다. 깨끗한 자연환경, 특화 교육 등이 입소문을 타자 2010년부터 전입생이 늘었다.
그 결과 정원이 50명 남짓으로 줄어 폐교 위기를 맞았던 학교가 지금은 학생이 91명이다. 한때 150가구에 불과했던 세월리 가구수가 2021년 370가구로 두배 이상 늘면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다.
‘부산기장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은 학부모들이 공동육아를 통해 농촌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15가구 학부모가 모여 2014년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 ‘짱짱어린이집’을 설립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됐을 땐 ‘푸른들판 방과후학교’를 만들었다.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돌보기 위해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건물도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 세웠다.
이 협동조합의 10년차 조합원 샛별(손하나)은 “올해 7살·9살 아이를 둔 학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울산에서 이사를 왔다”며 “현재 26가구, 32명의 자녀가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이용하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심재헌 농경연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은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 주도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가 그룹을 연결해주거나 정책적으로 보조하는 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지은 기자
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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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단체 ‘마카모디’ 회원들이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가자미 마을’을 홍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부산기장공동육아 어린이집 터전에서 아이들이 진흙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