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더] ‘농업 강국’ 첫 표방 … 시진핑 집권 3기 ‘농업 현대화’ 시동
입력 : 2023-02-22 10:16
수정 : 2023-02-22 10:16
중국, 20년째 국정 최우선 과제로 ‘3농’ 제시
지난해와 문건 제목 동일

핵심 키워드는 ‘향촌진흥’

중국형 새마을운동 의미
식량안보·기반시설 강화 등
9가지 중점추진 목표 제시
‘샤오캉사회’ 실현 연장선상
성과 바탕 ‘국정안정’ 도모
농정 패러다임 전환 ‘명확’

한국정부, 변화 대비 필요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중국이 올해 ‘중앙 1호 문건’에 ‘삼농(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담았다. 1호 문건은 중국이 그해 최우선으로 다룰 핵심 국정과제를 말한다. 1호 문건에 삼농을 다룬 건 2004년 이후 20년째 지속된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삼농 문제는 진행형이면서 그 해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올해는 시진핑 집권 3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다. 2022년 10월 개최된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한 이후 발표한 첫번째 1호 문건이라는 점에서 여기 담긴 삼농정책 방향에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올해 1호 문건 주제로 삼농을 선택한 건 예상한 일이지만 특이한 점은 연도만 바뀌었을 뿐 전년도와 문건 제목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문건 제목은 ‘2023년 향촌진흥 중점업무 전면적 추진에 관한 의견’이다.

키워드인 향촌진흥은 중국형 새마을운동이며 농업생산 증대, 농촌 생활환경 개선, 농민 삶의 질 향상 등을 아우르는 농촌종합개발을 의미한다. 향촌진흥은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제기된 전략이다. 당분간 삼농정책의 중점과제에 중국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1호 문건은 처음으로 ‘농업 강국’을 표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20년간 삼농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지원했기에 이제 ‘농업 강국’ 목표를 하나의 이정표로 제시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다시 말해 ‘농업 강국’ 목표에 중국 농업을 한단계 도약시키려는 의지를 투영한 셈이다.

문건은 “강한 국가는 먼저 농업을 강하게 해야 하고, 농업이 강하면 국가도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공급 보장, 과학기술 장비, 경영시스템, 산업 체질, 경쟁력 강한 농업 강국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시진핑이 집권 3기 시작에 앞서 강조한 ‘중국식 현대화’ 이론과 그 맥을 같이한다. 농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식량안보 등 9개 핵심 추진 목표 제시

문건은 ▲식량과 중요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공급 보장 ▲농업 기반시설 건설 강화 ▲농업 과학 기술과 장비 지원 강화 ▲빈곤 퇴치 성과 공고화 및 확산 ▲농촌산업의 고품질 발전 ▲농민 소득 증대 채널 확대 ▲주거와 근로 환경이 우수하고 정다운 향촌 건설 ▲당 조직이 리더십을 갖춘 향촌 거버넌스 구축 ▲정책적 보장 및 시스템 혁신 강화 등 9가지 핵심 추진 목표를 제시했다. 그 아래엔 33개의 세부 목표가 따라붙었다.

첫번째 목표는 ‘식량안보’와 직결되며, 지난해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최근 글로벌 식량수급이 불안정하고, 중국의 농산물 수입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기본적이면서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잡았다. 식용유 소비 증가에 따른 유지작물 수입의존도 역시 급격히 높아져 자급률 향상은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전년도와 차이는 농업시설과 시스템 발전을 강조했다는 점인데 이는 농업 현대화의 일환으로 보인다. 세부 목표로는 벼와 채소 육묘센터 발전과 식량 건조, 농산물 산지 냉장, 콜드체인(냉장유통시스템) 시설 건설의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2022년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약 6억8000만t을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총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물량인 만큼 궁극적으로 7억t 돌파를 겨냥할 것이다.

두번째 목표는 농업 기반시설 건설이 주된 내용으로, 식량 증산과 농업 현대화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다. 경지 보호와 용도 관리는 경지면적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중국 정부는 경지면적 최저선을 18억무(1억2000만㏊)로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지의 양적 보호뿐 아니라 토양 개량, 관배수 시설 설치, 수리 기반시설 건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질적 향상에도 관심을 쏟는다.

세번째 목표인 ‘농업 과학 기술과 장비 지원 강화’는 이번 문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다. 농업 현대화와 농업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중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농업 핵심기술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혁신 시스템이나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가축 개량, 옥수수·유지작물을 포함한 주요 작물의 신품종 개발 등을 통해 종자산업 발전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선진화한 농기계 연구개발·보급을 위한 지원도 기대된다. 특히 대형 스마트 농기계, 구릉지와 산지에 적합한 소형 농기계와 원예용 농기계 개발에 주력하고, 농기계를 구매한 농가를 대상으로 한 정부 보조금 지급도 확대할 전망이다.

네번째 목표는 전년도에 이어 빈곤 퇴치 성과와 관련된 내용을 다뤘다. 대규모의 빈곤선 이하 회귀를 막고, 탈빈곤 지역과 주민의 내생적 발전을 촉진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샤오캉사회’ 연장선상 향촌진흥 박차

3가지 측면에서 이 목표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첫째, 2021년 중국은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社會·모든 국민이 물질적으로 안락한 사회) 실현을 선언하는 동시에 빈곤 퇴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했다. 집권 3기를 시작하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선 이런 성과를 공고히 다져 국정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둘째, 전면적 샤오캉사회 실현에 대해 외부는 물론 중국 내부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설령 빈곤에서 탈출했다 하더라도 다시 빈곤 상태로 전락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결국 탈빈곤 주민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본 문건에서도 재차 관련 내용을 다룬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삼농의 핵심과제인 ‘향촌진흥’은 전면적 샤오캉사회 실현의 연장선상에 있다. 샤오캉사회 달성에 따른 빈곤 퇴치 성과를 공고히 하고 확산하는 것이 곧 향촌진흥 추진이다. 다만, 이를 위한 지원책은 한층 정교하게 개선될 것이다.

나머지 핵심 목표는 향촌진흥을 위한 농촌산업화 촉진, 농민 소득원 다양화, 농촌 생활환경과 근로 여건 개선, 커뮤니티 거버넌스 강화, 정책적 지원시스템 혁신 등을 뼈대로 삼았다. 농촌개발에 통용되는 일반적 세부 목표에 중국의 특수성을 가미한 모양새다.

 

한국, 중국 농정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올해 중앙 1호 문건을 통해 ‘삼농’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중국의 국정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고, 당분간 그 방향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 3기를 시작한 시진핑정부의 농정 방향은 ‘중국식 현대화’ 이론에 근거한 ‘농업 현대화’에 집중될 것이며, 궁극적으론 ‘농업 강국’을 향한다는 목표가 선명해졌다. 이른바 농정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향후 중국 정부는 농업기술 선진화, 시설농업 발전, 스마트 농기계 개발과 보급, 농업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재정 투입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 교역에서 주요 파트너인 중국의 이같은 변화를 우리는 그저 좌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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