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신규, 예약O, 포털O>“무 값도 못한 인삼값” 인삼농가 도산 위기
입력 : 2023-02-18 00:01
수정 : 2023-02-18 00:01

인삼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수년간 누적된 원료삼 재고가 산지 창고마다 쌓여 있으나, 소비는 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료삼값은 속절없이 흘러내려 평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수익은 고사하고 빚에 빚을 내며 어렵사리 버텨온 인삼농가들은 이제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13일 전국 인삼농가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대규모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인삼산업 실태와 대책을 짚어본다.

▲끝없는 소비부진

국내 인삼산업 위기 원인은 소비부진이다. 인삼농가들은 장기간 이어진 극심한 소비둔화에 고사 상태다.

특히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됐다. 중국 등 주요 국가로의 수출길이 막혔고, 내수시장에선 지역행사가 중단되면서 소비의 한축인 관광객 수요가 급감해 판로가 꽉 막혀버렸다. 지난해부터는 급격한 물가상승에 경기불황 여파까지 더해져 농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내수와 수출 곳곳의 판로가 막히고 극심한 소비부진까지 덮치면서 인삼값은 곤두박질친다.

충남 금산군이 2일 고시한 인삼 가격은 수삼 750g(10뿌리 기준)당 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4000원)보다 13%가량 낮지만 실제 거래 가격은 고시 가격을 크게 밑돈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 설명이다.

김관엽 금산수삼센터 대표는 “실제 수삼 가격은 평년 대비 30∼40%나 폭락했다”며 “장기간 이어진 소비부진 때문에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삼(가공용 원료삼)은 특히 심각하다. 파삼값은 코로나19 이전 750g당 1만7000원선이었지만 최근 6000원대로 추락했다. 인삼농가들은 생산비는 고사하고 인건비도 못 건지는 실정이다.

최진현 강원인삼농협 조합장은 “인건비·자재비 등이 지난 몇년간 서너배나 올랐지만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힌 데 이어 지금은 인삼 소비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더 어렵다”며 “소비는 급감했는데 생산량은 비슷하다보니 수급불안을 해소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재고 누적 장기화

코로나19 이후 수출길이 막히면서 이미 생산·가공돼 쌓여 있는 인삼 제품의 재고 적체 문제도 갈수록 심화한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1개 인삼농협의 인삼 재고액은 2237억원에 달한다. 2019년(1973억원) 이후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매물량마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수매물량은 2682t으로 2019년(1973t)에 견줘 무려 40% 증가했다.

재고가 장기간 적체되다보니 이제는 지역 인삼조합들의 수매 여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금산인삼농협(조합장 강상묵)은 지난해 32만채(한채=750g)가량을 수매하며 지역 인삼농가들의 판로를 지탱해왔다. 연평균 적정 재고인 20만채보다 60%가량 매입량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매입만으로는 일시적인 수급 상황만 모면할 뿐 재고 과다, 농가 부담 증가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렇다 할 답이 없다.

강상묵 조합장은 “농협 차원에서 인삼농가들의 물량을 수매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적체된 재고로 보관비 등 추가 부대비용이 갈수록 늘어 걱정”이라며 “농가 부담을 덜고 인삼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생산부터 소비까지 지속가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원=양재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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