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배포O> 식용유·밀가루 20%안팎 급등 … 비료는 130% 폭등 <2022년·2023년 2월 비교><2021년·2022년 비교>
식품·농자재·외식메뉴 가격은
머나먼 타국에서 일어난 전쟁이 지난 1년간 한국 농민들의 생활을 얼마나 팍팍하게 했을까. 농민이 자주 구매할 법한 식품·농자재·외식메뉴 10종의 가격 변동폭을 통해 짐작해보기로 했다.
우선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흔히 소비하는 대중적인 식품 품목 6개를 선정했다. 라면·빵·밀가루·소면·식용유·과자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해 자의적으로 정했다. 가격은 한국소비자원에서 운영하는 가격정보 종합포털인 ‘참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그 결과 적게는 9.1%, 많게는 20.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뛴 것은 식용유였다. 2월3일 기준 이마트·농협하나로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의 평균가격은 512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4250원)과 견줘 20.5%나 올랐다.
밀가루도 못지않다. 곰표 <밀가루 중력다목적용>(1㎏)은 1880원으로 1년 전(1580원)과 비교해 19% 높았다.
이어 과자·소면·라면·빵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농심 <새우깡>(90g)은 1020원에서 1180원으로 15.7%, 오뚜기 <옛날국수 소면>(900g)은 3150원에서 3550원으로 12.7% 상승했다. 농심 <신라면>(5개입)은 3680원에서 4100원으로, 삼립 <정통크림빵>(3개입)은 3280원에서 3580원으로 각각 11.4%·9.1% 인상됐다.
의외로 외식을 많이 하는 계층이 농민이다. 일손은 부족하고 연령대는 높다보니 새참이나 점심 등을 사 먹는 사례가 많다. 전쟁은 한국 농민의 외식 부담도 가중시켰다. 참가격에 따르면 짜장면 전국 평균가격은 3일 기준 한그릇당 6282원으로 지난해 2월(5779원)과 견줘 8.7% 올랐다.
농민 생산활동은 더 여유가 없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료(소·돼지) 2개 품목, 비료 1개 품목 등 3개 품목의 가격을 짚어봤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월별 배합사료(공장도)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양돈용 배합사료의 평균가격은 1㎏당 799원이었다. 올 1월 가격이 집계되려면 이달 중순이 지나야 해서 지난해 12월 가격이 현재로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이른 가격이다.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674원)과 비교하면 18.5% 높다.
고기소용 배합사료는 더 큰 폭으로 치솟았다. 1㎏당 607원으로 지난해 2월 가격(494원) 대비 22.9%나 상승했다.
비료도 마찬가지였다. 통계청이 2월3일 발표한 ‘2022년 농가 판매 및 구입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구입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12.7% 올랐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품목은 비료였다. 지난해 비료값은 전년 대비 무려 132.7% 올랐다. 정부 지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3월부터 농가 비료 구매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가격 인상분의 20%만 농가가 부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 2월 ‘그레뉼요소’(20㎏)의 농민 실구매가는 1만2600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지난해 2월 실구매가(1만4250원)보다 11.6% 낮다. 이 가격은 정부·농협이 인상차액 가운데 80%를 지원한 것을 뺀 농가가 실제 부담한 가격이다.
정부 등의 지원으로 1년간 농가 부담이 줄긴 했지만 지난해 2월에서 6개월 더 전인 2021년 8월 실구매가(1만600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18.9% 높다. 이유정 기자 yjie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