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작물직불제 한계 … 벼 재배 안하면 신청못해
입력 : 2023-02-07 10:49
수정 : 2023-02-07 10:49
하계조사료 직불금 자격 안돼
재배면적 감축동참 농가 피해
“정부 방침에 따랐는데… 허탈”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서 33㏊(10만평) 규모로 벼를 재배하는 오재환씨(61)는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에 대해 알아보다 허탈감을 느꼈다. 벼 대신 사료작물을 재배해 전략작물직불금을 받으려던 오씨의 농지가 직불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불금 신청 직전 연도에 벼를 재배한 논이어야만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씨는 지난해 완도군과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을 체결하면서 벼를 재배하지 않았다.

 

전략작물직불금 접수가 이달 15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지난해 벼 재배면적 감축에 동참한 농가들이 잇달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벼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여름철 논에 벼 대신 논콩·조사료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작물을 심는 농가에 직불금을 주는 제도다. 직불금을 신청한 농가가 단작으로 논에 논콩·가루쌀(분질미)을 심으면 1㏊당 100만원, 하계조사료는 430만원을 받는다.

농가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지급 단가가 가장 높은 하계조사료 지급 요건이다. 전략작물직불제 시행계획에 따르면 하계조사료는 전략작물직불금 신청 직전 연도에 대상 농지에서 벼를 심어야만 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해 논에서 벼를 재배하지 않은 농가는 올해 논에 하계조사료를 재배해도 전략작물직불금을 받을 수 없다. 논콩·가루쌀의 경우 이런 조건이 없다.

문제는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수단을 통해 벼농가들의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해왔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이용해 추진하는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이나 농가와 체결하는 ‘벼 재배면적 감축협약(이하 감축협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지자체의 이런 사업들을 통해 감축한 벼 재배면적은 400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직불금 신청 직전 연도에 벼를 재배한 논’을 전략작물직불금의 지급 요건으로 내걸자 농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정부 방침을 따른 농가를 배제하는 꼴이어서다. 오씨는 “논이 전부 간척농지라 염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료작물을 벼 대신 심으려고 했는데 지난해 벼를 심지 않아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정부 방침에 동참한 농가들에 우선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배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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