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업체 협력 … 원가 낮춰 10㎏ 제품 2만9000원에 판매 유통사 사전계약 이어 수출도 저품위 농산물 상품화 ‘박차’
값이 크게 떨어져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하는 바람에 밭에서 상품성을 잃어가던 배추가 주력상품으로 탈바꿈해 주목받고 있다.
충북산 <어쩌다 못난이 김치>(사진) 얘기다. 배추 생산량 증가로 산지가격이 떨어져 농가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출하를 포기하는 일이 잇따르자 충북도가 지역 가공업체를 통해 상품성이 떨어진 배추를 사들여 김치로 가공, 지난해 12월 출시한 브랜드다.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하자마자 소비자들의 구매 요청이 쇄도해 완판을 기록하고 해외시장까지 넘본다.
지난해 12월 한국외식업중앙회 외식가족공제회 온라인 판매 첫날, 못난이 김치 10t(10㎏들이 1000상자)이 6시간 만에 동났다.
이어 전국 슈퍼마켓 유통망을 갖춘 GS더프레시와 100t 사전계약이 체결돼 판로는 한층 더 넓어졌다. 지금까지 계약된 물량만 200t이 넘을 정도로 인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못난이 김치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기 때문이다. 못난이 김치 가격은 10㎏ 한상자당 2만9000원으로 시중 김치(3만5000원선)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 큰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도가 도시농부 인력지원 등 지원책을 마련해 제조원가를 낮췄고, 예소담·이킴 등 지역 유명 업체가 김치를 가공·판매해 품질도 보장된다.
윤병학 예소담(김치생산업체) 대표는 “최소한의 생산비용만 들여서 소비자들에게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며 “좋은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뿐만 아니라 포장 등을 차별화해 상품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판로 개척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장해주고 우리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공정가치의 선순환이 이뤄져 지역농산물 소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이 또 다른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 덕분에 최근 수출길도 열렸다. 지난달 일본 유통업체인 에이산 예스마트와 10t 수출계약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미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도 관계자는 “김치 판로를 확대하고 김치세계화 지원사업, 농식품 상설판매장 개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는 못난이 김치 인기에 힘입어 배추 외 다른 품목으로 대상을 넓혀갈 예정이다.
우선 품위가 떨어진 사과를 상품화한다. 충북농협본부·충주사과거점산지유통센터 등과 판매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후 도에서 생산되는 감자·고구마 등 다른 품목으로 대상을 늘린다.
한쪽에선 배추 공급의 불안정성으로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우려한다. 배추값 등락폭이 커지면 수급이 어려워져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김치를 공급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용미숙 도 농식품유통과장은 “봄여름에 산지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차질 없이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배추값이 오른다고 해도 도 자체 지원사업을 통해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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