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떼면 “아이구” 해온 15년 … “이젠 허리 ‘쭉’ 펴고 살아요”
입력 : 2023-02-03 18:13
수정 : 2023-02-03 18:13
 척추측만증·전방전위증 치료받은 이덕임씨
기울어진 뒷모습 … 모양변형·뼈 앞뒤로 밀려
오래 걷기 힘들고 골반 누르는 곳마다 통증
증상 지속되거나 신경자극 크면 수술 고려절개 없는 ‘양방향 내시경 유합술’도 방법
주변 근육 키우고 몸가짐 바로하는 습관을

경기 양주에 사는 이덕임씨(74)는 남편과 함께 귀농한 지 11년을 맞았다. 부부가 귀농한 이유는 폐암 말기 시한부를 선고받았던 남편의 건강 때문. 남편 건강은 기적처럼 호전됐지만 이제는 이씨의 허리가 말썽이다. 이씨는 오래 병을 앓았던 남편 대신 가장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조금만 걸어도 허리에 고통이 밀려와 오래 걷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허리와 골반은 누르는 곳마다 통증이 있었고, 뒷모습에선 기울어진 허리가 그대로 보였다. 허리 통증은 15년째 이씨를 괴롭혔다. 그런데도 이씨는 먹는 약으로만 버텨왔다.

 

◆농사일로 무릎·허리에 오랫동안 자극=허리에 무리를 주는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가 오래되면 젊은 나이에도 허리에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농사는 무릎·허리를 계속 구부리는 등 관절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장시간 취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등과 배·옆구리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고 움츠러들었던 근육을 펴주는 스트레칭을 일하는 틈틈이 해야 한다. 평소에 골다공증이 있는 고령층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랜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씨는 척추측만증과 척추전방전위증이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 다섯마디 가운데 네마디를 수술해야 하는 상태였다.

정상적인 척추는 정면에서 봤을 때 일직선이며 옆에서 봤을 때는 경추(목뼈)와 요추(허리뼈)는 앞으로 휘고, 흉추(등뼈)와 천추(엉치뼈)는 뒤로 휘어 있는 형태다. 그러나 이씨는 척추측만증을 앓는 탓에 척추가 3차원적으로 휘면서 변형이 발생한 상태였다.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르고 등 뒤에서 척추가 휜 소견이 있을 때 척추측만증을 진단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을 유발하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85∼90%는 원인을 알 수 없다. 이를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척추측만이 상당히 진행돼 변형이 심하거나 통증을 호소할 때는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본다.

◆60세 이상 여성 환자가 많은 척추전방전위증=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관절 주변 조직이 노화하면서 척추를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고, 뼈가 앞뒤로 밀려나는 척추질환이다.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요통이 발생하고 오랜 시간 서 있거나 걸을 때 허리, 엉치뼈, 무릎 밑으로 저림 증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걸어가다 중간에 쉬고 다시 걸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고로 생긴 외상으로 척추관절 돌기가 골절되거나 노화로 디스크와 관절이 퇴행하는 경우, 또는 선천적으로 척추관절 발육이 부진한 사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허리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빈번히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는 2021년 기준 19만930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은 나이에 따른 척추의 퇴행성 병변으로 생기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두배 이상 많다. 또 제4요추에서 다른 부위보다 6∼9배 자주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에 맞먹는 요통을 호소하는 것이 주된 증상이고, 하지 방사통 등 척추관협착증이 동반된다.

김지연 세란병원 척추내시경센터장은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로 척추가 장기간 불안정해 척추전방전위증이 생길 수 있다”며 “비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신경이 많이 눌려 감각이 떨어진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허리 고통에 시달린 이씨도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신경이 자극되는 정도가 커져 허리와 엉치뼈 통증이 심했기 때문이다. 고령환자의 허리를 수술할 때는 신체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씨는 세란병원에서 절개 없이 내시경을 이용하는 수술법인 양방향 척추내시경 척추유합술을 받았다. 이는 한쪽에는 내시경을, 다른 한쪽에는 수술기구를 넣는 방식이다. 교정할 부분만을 정확하게 관찰해 척추간 유합률을 높이고 회복과정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불안정한 척추를 고정기기로 안정감 있게 고정한다.

김 센터장은 “오랫동안 허리를 구부린 자세를 취하는 농사일에 종사하는 고령층은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며 “허리 척추 질환은 척추 근육이 약화돼 발생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걷기 등 적절한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고, 바른 자세를 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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