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외부기고] ‘대가속시대’ 기후위기서 살아남을 길
입력 : 2023-02-03 17:10
수정 : 2023-02-03 17:14

2020년 6월, 시베리아의 기온이 36℃까지 올랐다. 같은 해 국내에서는 54일 동안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쏟아졌고 태풍 5개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전세계적으로 폭염·폭설·폭우·대형산불·가뭄 등 재앙에 가까운 기후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라는 말로 대체되고, ‘농업위기’와 ‘밥상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은 언제나 위기였으므로 기후위기는 기존의 위기에 중첩된, 그리고 지금 같은 ‘대가속시대(Great Acceleration)’에는 그야말로 절박한 위기다. 대가속시대란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활동이 급성장하며 환경 부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시기를 일컫는다. 이러한 위기는 여성농민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상기후로 작물 피해가 증가하는 동시에 수확량은 감소하면서 추가 생산비는 늘어가고 있으니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기후가 달라졌으니 사과농사를 망고농사로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그럴 만한 작물 전환 자금도 기술도 당장은 없다. 이런 식의 위기는 결국 생계를 위해 농업과 농업외 노동을 포함한 과도한 노동을 가져오고, 이는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병충해와 전염병, 그리고 그에 따른 바이러스의 증가는 아무런 방비 없이 밭에서 일하는 여성농민의 신체적 위험을 가중시킨다. 총체적으로 불안정한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여성농민들에게 아직 어떤 국가 정책도 안심의 가능성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구의 딸이자, 토양과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끊어진 순환과 지역사회를 회복시키는 치유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는 인도의 반다나 시바 박사가 이끄는 ‘나브다냐(아홉개의 낟알이라는 뜻의 힌디어로 종의 다양성을 상징함)’ 운동에서 정의한 여성농민의 정체성이다. 풀어보면 여성농민은 지구 위에서 생명을 만들어내고, 대자연과 더불어 창조하며, 돌봄과 나눔을 통해 세계를 먹여 살리는, 그래서 농업과 농촌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구원자들이다. 기후위기가 몰아쳐서 농업위기와 밥상위기로 치달을 때 성장 중심, 자본주의 방식, 가부장 문화와 결별하고 지구 위의 생명체가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할 사람은 지난 수천년 동안 지구의 땅을 일궈왔던 농민이며 그 가운데서도 음식으로 건강을, 돌봄으로 생명을 이어갔던 여성농민일 가능성이 크다.

김영란 (목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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