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가축방역 역할 커지도록 목소리 낼 것”
입력 : 2023-02-01 19:04
수정 : 2023-02-01 19:04
인터뷰
재선 성공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관련 정책 담당기관 통일해야
시·군 거점 동물병원 설립해
‘사후대처’서 ‘사전관리’ 전환을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2020년 1월 첫 직선제 회장으로 당선돼 3년간 역임했다. 올해 1월에는 재선에 성공해 2026년 2월까지 두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대한수의사회 본회에서 허 회장을 만나 앞으로 3년간 수의업계를 이끌어갈 구상을 들어봤다.

 

-방역 현장에서 수의사 역할 강화를 강조했는데.

▶방역 현장에 전문가 목소리가 실종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례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초기에 시·군 단위로 살처분을 시행했다. 전문가인 수의사들은 살처분 범위를 행정구역별로 끊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역현장을 지휘하는 위치에 수의사를 더 많이 배치하는 등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도록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며 앞으로 임기 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동물방역에서 관제탑이 부재한다는 지적도 많다.

▶질병관리청과 같이 동물방역에서도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가령 축사에서 ASF가 발생하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멧돼지에서 발생하면 환경부 소관, 그 멧돼지가 국립공원 등으로 도망가면 산림청에서도 나서는 등 동물 관련 업무가 산재해 있다.

동물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흐름이 강해졌음에도 농식품부의 동물 정책은 아직 산업동물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동물청 설립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농식품부 산하에 동물보건국을 신설해 산업·반려 동물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거점 동물병원 설립 공약이 눈에 띈다.

▶거점 동물병원은 시·군마다 2∼3개의 동물병원을 지정해 해당 병원에서 시·군에 소속된 농장들을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틀이다. 농장을 전담하는 수의사들은 매일 소속 농장을 관리하며 관련 내용을 방역 당국에 취합 전송한다. 가축 질병이 생기고 나서 사후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사전관리를 통해 예방적 방역시스템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평시에 관련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상징후가 감지되면 선제적으로 질병에 대응할 수 있다.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지금처럼 일괄 살처분 위주의 정책 대신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세밀한 방역정책을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살처분 비용 등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동물병원에서 예상 진료비를 사전에 공시하고 공시액을 초과하는 비용은 받지 못하도록 지난해 ‘수의사법’이 일부 개정됐다.

▶현장을 모른 채 개정된 법이라 생각한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오해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건강보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람 진료비와 비교하다보니 비싸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외국과 비교하면 동물병원 진료비는 매우 저렴한 편이다. 우리나라 동물 의료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진료체계가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비를 공시하도록 한 것은 일의 선후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수의사회에서는 진료비와 동물 의료보험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우선 진료항목을 표준화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1966년생인 허 회장은 경남 사천 출생으로 진주고등학교와 경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수의사회 부회장(22·24대)과 한국동물병원협회장(12·13·14대)·대한수의사회장(26대)을 역임했다. 최소임·박하늘 기자

  • null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