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콩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 하락 … “수급조절정책 개선 시급”
입력 : 2023-02-01 19:08
수정 : 2023-02-01 19:08
토양생태환경 보전 참여농가

휴경 대신 콩 신청 쏠림 발생

생산량 늘었는데 판매 ‘난항’

최근 제주지역의 콩 재배면적이 늘어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도 주춤해 재배농가를 중심으로 산업기반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나온다.

제주에서 생산하는 콩은 대부분 콩나물콩으로 전국 콩나물콩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농가는 콩을 콩나물 생산업체에 납품한다. 하지만 콩 매입업체가 적고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생산량 변동에 따른 가격 등락폭이 크다.

제주지역 콩 재배면적은 2020년 3595㏊에서 2021년 4606㏊, 2022년 4867㏊로 2년 만에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2020년 3830t에서 지난해 6581t으로 무려 72%나 늘었다.

현장에선 2020년부터 제주도가 시행한 ‘밭작물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이 이런 현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이 사업은 주요 겨울채소(무·당근·양배추·브로콜리 등)를 재배하던 농가가 휴경하거나 풋거름작물(녹비작물)을 생산하면 면적에 따른 기준 금액을 농가에 보전하는 제도다. 문제는 2021년부터 재배 가능한 작물에 콩이 포함되면서 사업을 신청한 농가가 휴경 대신 콩을 재배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도에 따르면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 신청규모는 2021년 915㏊, 2022년 903㏊다. 이 가운데 콩 재배를 신청한 면적은 각각 196㏊·367㏊로 조사됐다. 2년간 전체 사업 규모는 비슷한데 지난해 콩 신청 면적이 2021년보다 늘었다는 점에서 참여농가의 콩 재배 쏠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인봉 구좌농협 상무는 “콩을 재배 가능한 작물에 넣은 것은 겨울채소 재배면적을 조절하기 위한 방책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막상 사업을 시행하니 겨울채소 면적을 조절한 효과보다 콩농가 피해가 크게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콩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값 하락은 최근 거래 현장에서 현실화됐다. 2021년만 해도 콩나물 생산업체가 콩 주산지 농협에 계약금을 먼저 제시하며 앞다퉈 물량을 확보하려 했지만, 올해는 생산량 증가로 공급자와 구매자 입장이 역전된 양상이다. 홍국녕 제주시농협 차장은 “콩 시세가 좋을 때는 40㎏들이 한 포대가 20만원대 후반에 거래됐는데, 지난해산 콩은 20만원대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콩 재배농가 450여곳 가운데 대부분이 소농 또는 고령농이어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토양생태환경 보전사업의 재배 가능한 작물에서 콩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콩농가 강모씨(48·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는 “콩 산업을 지원하진 못할망정 피해를 주는 정책을 계속하진 말아야 할 것”이라며 “겨울채소 농가도 상생 정신으로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몇년간 태풍 등 날씨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만일 작황이 회복되면 생산량이 크게 늘어 가격 하락을 더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정훈 서귀포 표선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2021년에는 작황이 매우 나빴고 지난해도 도 동부지역은 태풍 피해 탓에 정상적인 단수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런데도 올초까지 지난해산 물량 판매를 마무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작황이 회복되면 그야말로 콩 산업이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농업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할 점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daeba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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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국녕 제주시농협 차장이 농협 잡곡선별센터에 쌓인 콩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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