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으니 웃음꽃 ‘활짝’ … 마을회관·전통시장 ‘활기’
입력 : 2023-02-01 19:08
수정 : 2023-02-01 19:08
다시 찾아온 ‘마스크 없는 일상’

이웃끼리 얼굴보면서 이야기꽃
“이제 숨통 트이니 세상 시원해”
오일장에선 흥정 소리로 ‘시끌’

“아직 불안” 쓰는 사람도 많아

전염병이 앗아간 소중한 일상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고 판단한 정부가 1월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면서 농촌 마을회관엔 웃음꽃이 피었고, 전통시장엔 흥정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다시 찾아온 ‘마스크가 없는 일상’이 우리 삶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까. 3년여 만에 새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을 담아봤다.

 

◆시끌벅적 흥이 난 마을회관과 전통시장=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 단디 하고 사느라 이웃끼리 서로 얼굴도 못 보고 3년간 지긋지긋했제. 친구들 얼굴을 마음 놓고 볼 수 있으니 참말이지 살맛 나네.”

1월30일 오후에 찾은 강원 춘천시 남면 후동2리. 춘천 시내에서 차로 30분 이상 들어가야 비로소 가닿는 조용한 산골마을이 오래간만에 시끌벅적하다. 점심상을 물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을회관에 모인 예닐곱명 어르신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후 3시쯤 되자 적적함을 달래러 어르신 몇명이 더 찾아오면서 작은 마을회관이 더 복작복작해졌다. 오랜만에 윷놀이판까지 벌어졌다. 윷이 하늘에 올랐다가 떨어지고, 말이 바삐 돌면서 함성과 탄식이 천장마저 들썩이게 했다.

김금채 부녀회장(64)이 모처럼 주민들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마을주민 모두 코로나19 백신 5차 접종까지 완료했는데도 그동안 실내에선 마스크를 꼭 써야 해서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죠. 사람은 얼굴에 감정 표현이 다 드러나는데 마스크로 절반 이상을 가리고 대화하니 괜한 오해도 생기고 말도 안 통했답니다. 이제 숨통이 트이니 세상 시원합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후 처음 오일장이 열린 1일 충북 단양 구경시장은 아침부터 손님과 상인간 흥정소리로 귀청이 떨어져나갈 듯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안심되지 않는 듯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고 활보하는 사람이 좀더 많아 보였다.

마스크를 벗고 시장을 돌던 황상섭씨(86·가곡면 대대리)는 “마스크를 벗고 장을 보니 숨쉬기가 훨씬 수월해 다닐 맛이 난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끝나 가족·친구와 좀더 마음 편하게 시장 구경을 다녔으면 좋겠다”고 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조성태씨(62)는 “정부 조치 때문인지 이번 장날에는 마스크를 벗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그동안 단골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 놓치는 일이 왕왕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만면에 웃음이 번졌다.

◆습관이 돼서, 아직 불안해서 마스크 쓰는 사람도 많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일부는 여전히 불안감을 나타냈다. 특히 마을회관이나 전통시장과는 달리 생면부지 낯선 사람을 마주할 확률이 높은 대형마트 등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좀더 많아 보였다.

박상훈 경기 서화성농협 하나로마트 비봉점장은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줄은 알지만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다보니 습관이 돼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게 된다”며 “마트를 찾는 고객 가운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이 아직은 드물다”고 전했다.

서화성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은 대학생 김우태씨(23)는 “아직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고 미세먼지도 심한 날이 많아 당분간은 더 쓸 계획”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농협하나로유통 수원유통센터를 찾은 오경자씨(65·수원시 영통구)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지금도 위축된다”며 “그래도 의무 착용이 아니라고 하니 마음은 꽤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고령층이 많은 농촌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공무원이나 민원인 모두 조심하는 모양새다.

경남 남해군 창선면 행정복지센터의 강혜정 주무관은 “아직은 마스크가 습관화돼서 그런지 대부분이 그대로 쓰는 분위기”라며 “민원인들이 100명 방문하시면 3∼4명 정도만 안 쓰는 정도”라고 말했다. 함양군 수동면 행정복지센터 직원 백두현씨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완화된 이후 마스크를 쓰는 사람 반, 안 쓰는 사람 반”이라면서도 “민원인 응대가 많은 직원이나 조직은 지금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업무를 본다”고 귀띔했다. 춘천=김윤호, 단양=황송민, 남해·함양=최상일, 수원·화성=최상구 기자

=CAPTION=
1월30일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 규제가 완화한 이후 마을회관이나 전통시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사진은 강원 춘천시 남면 후동2리 마을회관(왼쪽)과 충북 단양 구경시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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