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주도형 재생에너지 사업 … 마을주민 공동이익 증진
입력 : 2025-02-12 11:29
수정 : 2025-02-12 11:29
[농촌 집중된 태양광, 누구를 비추나] (하) 공영화가 보여준 ''가능성'' 
주민 참여한 협동조합 만들어 
발전 수익, 요양사업 등 활용 
갈등 방지…이익 환원 선순환 
재원 마련 등 내부합의 선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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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이 태양광시설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지만, 생산된 전력은 도시로 공급되면서 도농간 에너지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농촌주민이 재생에너지사업의 주체가 되는 ‘재생에너지 공영화’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재생에너지 공영화는 에너지의 생산과 운영을 공공기관이나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시스템이다. 사업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방지하고, 마을주민들의 공동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남도의회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재생에너지 공영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이 개념을 공식화했다.

전남 보성군 노동면의 ‘거석리햇빛협동조합’이 대표적 사례다. 거석리 마을주민 5명은 2023년 12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현재 100㎾(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인허가를 마무리했으며 6월 전력계통을 준비하고 있다.

권용식 거석리햇빛협동조합 대표(보성군농민회장)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재생에너지사업이 필수가 된 만큼, 이를 농촌주민들의 삶과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 마을 단위의 조합을 설립했다”며 “그동안은 태양광 발전시설의 운영업체와 토지주가 대부분 외지인이어서 지역자원 이익이 외부로 유출된다는 불만이 컸지만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익이 마을로 환원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태양광시설은 마을 내 유휴 농지를 잡종지로 전환해 설치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100㎾ 기준 약 1억3000만원이다. 최장 20년간 시설을 운영할 수 있으며 월 순수익은 100만원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앞으로 발전시설을 확충해 수익규모를 5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주민 주도형 사업의 장점은 지역 실정에 맞는 연계 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발전 수익을 활용해 마을 요양사업을 추진한다.

권 대표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대부분이 자녀들의 거주지 근처에 있는 요양시설로 가 결국 타지에서 눈을 감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고향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9인 이하 규모의 ‘노인 요양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도는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설립된 경기 여주시의 ‘구양리햇빛두레발전협동조합’을 들 수 있다. 현재 67가구의 마을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며, 마을창고 지붕과 주차장, 공터 등을 활용해 총 997㎾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6개를 설치했다. 월 순수익이 1000만원에 달하는데, 이를 마을 행복버스 운영과 무료급식 서비스 등 주민 복지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3∼4m 높이의 구조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방식이다. 2022년 설립된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은 마을 전체 27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3㎿(메가와트) 규모의 이 시설은 올해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발전 수익은 조합원인 마을주민들에게 균등 분배된다. 주목할 점은 임차농에게도 수익 일부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강종오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농촌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사업에 거부감을 가지는 주된 이유는 농지 감소인데,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엔 임차농이 기존 농지에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며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주민은 물론 임차농에게도 수익을 나눠 주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 전남도는 2018∼2019년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을 통해 9곳 마을에 발전사업 허가와 컨설팅을 지원했으나, 현재 단 3곳만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도 산하 녹색에너지연구원 관계자는 “재원 마련, 시설 입지 선정, 수익 분배 등을 둘러싼 마을 내 합의가 쉽지 않다”면서도 “재생에너지 공영화는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농촌과 농민의 역할을 사업의 주체로 격상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dragon@yj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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