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바이오산업 육성 시동 생명공학 발전 따라 급성장세 미국, 세계시장 절반가량 차지 국내도 잠재력 있는 기업 많아 농식품부, 본격 추진전략 발표 5년내 펀드 1000억 이상 조성 6대거점 마련 … 제품개발 지원 연내 관련법 제정 통해 뒷받침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농업분야와도 연관이 깊다. 선진국은 이미 농업에 바이오기술을 접목한 ‘그린바이오’를 통해 건강기능식품·바이오사료 등 미래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그린바이오 산업 규모가 작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농식품산업의 미래가 그린바이오산업에 있다고 보고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한 로드맵을 최근 내놨다.
◆그린바이오란=그린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농업의 전후방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신산업을 말한다. 디지털 육종기술로 개발한 종자, 미생물 비료·농약·사료첨가제, 곤충 소재, 식물 백신, 기능성 식품 등이 모두 그린바이오산업에 속한다. 다소 낯설게 느끼는 개념이지만 그린바이오 제품은 이미 우리 농업에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미생물 농약을 꼽을 수 있다. 미생물 농약은 화학물질 대신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농약으로 잔류농약 걱정 없이 해충을 방제할 수 있어 친환경농가들이 애용하고 있다.
이런 그린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국제적으로 굉장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린바이오분야의 글로벌시장은 2020년 1조2207억달러(1580조원)에서 2027년 1조9208억달러(2486조원)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이 전체 시장의 42.9%를 차지하며 산업을 선도하고, 유럽(26.9%)과 아시아태평양(20.4%)이 뒤따르는 모양새다.
◆국내 그린바이오산업은=국내 그린바이오산업 규모는 2020년 기준 5조4000억원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바이오사료(3조854억원), 발효·건강기능 식품(7925억원), 바이오 농약·비료(1173억원)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그린바이오산업은 CJ제일제당·팜한농 등 대기업이 이끌고 있지만 잠재력 있는 유망기업도 많다. 농자재기업 고려바이오는 미생물 제제로 만든 농약을 페루·칠레 등 11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종자회사 파트너종묘는 유전자 분자표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수박 품종 <달코미미니>로 2022년 45만달러(5억8000만원)의 종자를 수출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6일 그린바이오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린바이오산업은 농식품산업과 바이오가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으로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이끄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화석연료 기반에서 바이오 기반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국내기업이 해외로 진출해 수출시장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육성 방안=정부는 국내 그린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농식품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바이오분야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그린바이오 펀드를 2027년까지 1000억원 이상 조성한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정책금융 등 다양한 정책자금도 활용한다.
그린바이오 6대 분야 산업 거점을 육성해 기업의 제품 평가·실증을 돕는다. 6대 분야 산업 거점은 ▲종자산업혁신단지(전북 김제) ▲동물용의약품 효능·안전성 평가 센터(전북 익산)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전북 정읍) ▲곤충산업 거점단지(경북 예천) ▲천연물 소재 허브(2023년 공모 예정) ▲국가식품클러스터(전북 익산) 등이다.
또 그린바이오 소재를 대량공급하기 위한 첨단농장 구축을 지원하고, 2028년까지 바이오파운드리 시설(그린바이오 소재 생산 및 실증 등을 자동화·고속화한 설비)을 구축한다.
핵심기술의 연구개발(R&D)도 확대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단기 프로젝트형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로드맵을 마련·추진한다.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를 기존 전북 익산, 경북 포항, 강원 평창에 이어 올해 1곳을 추가 선정한다. 그린바이오분야에 특화된 벤처·창업 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전문시설로 기업의 시제품 개발, 마케팅, 연구시설 등을 종합 지원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기능성 식품(급식), 미생물 비료·농약(조경) 등 그린바이오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내용의 우선구매제도를 연내 법제화한다.
관계부처와 유관기관·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그린바이오산업 발전 협의회(가칭)’를 구성해 민관이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또한 연내 ‘그린바이오산업 육성법(가칭)’을 제정해 그린바이오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뒷받침한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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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CJ제일제당 바이오·식품 통합연구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강원 평창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조감도.